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포O 결말 흥미로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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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활/영화 후기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포O 결말 흥미로운 해석

by 거대토끼 지안 2026. 1. 7.

사진 출처: IMDB



⚠️ 스포일러 경고 ⚠️

이 글은 영화의 결말과 주요 반전을 포함합니다

 

충격적인 결말의 의미

《어쩔수가없다》의 결말을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멍했습니다. 만수가 그토록 원했던 재취업에 성공하지만, 그가 도착한 공장에는 인간 노동자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오직 AI와 기계뿐이죠.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박찬욱 감독이 17년간 품어온 이야기답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가 어떻게 소멸되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만수의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보면,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어쩔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만수의 계획, 그리고 처참한 실행

25년간 태양제지에서 일한 만수(이병헌)는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됩니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죠.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던 만수는 결국 극단적인 결심을 합니다. 문 제지의 유일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만수는 가짜 제지 회사를 만들고 구인 광고를 냅니다. 자신과 비슷한 스펙의 제지 전문가들을 유인하는 함정이죠. 이력서를 받아 경쟁자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한 명씩 만나 '면접'을 진행합니다. 물론 그 면접의 끝은 살인입니다.

 

박희순이 연기한 최선출은 만수가 처음 접근하는 인물입니다. SNS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자기계발 콘텐츠를 올리는 캐릭터예요. 만수는 그의 집에서 굴욕을 당하고, 이 경험이 그의 살인 의지를 더욱 굳히게 됩니다.




고추잠자리가 울려 퍼지는 살인 장면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가장 빛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만수가 한 남자를 총으로 쏘기 직전, 스피커에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크게 울려 퍼집니다.

 

볼륨을 최대로 높인 음악 소리에 묻혀 살인자와 피해자의 대화가 이어지는 이 장면은 충격적이면서도 기묘하게 코믹합니다. 살인이 그저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에요.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습니다.

 

차승원이 연기한 고시조는 만수의 경쟁자 중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입니다. 냉정하고 무자비한 사회의 축소판 같은 인물이죠. 그의 죽음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불편하면서도 강렬한 순간으로 남습니다.

 

염혜란은 만수의 타겟 중 한 명의 아내 역할을 맡았는데, 남편에게 실망한 아내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적으로 표현해 웃음을 자아냅니다. 비극적 상황 속 희극적 요소가 공존하는 전형적인 박찬욱 연출이에요.




딸 리원,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예언자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 돋는 캐릭터는 의외로 만수의 막내딸 리원(최소율)입니다. 원작 소설에는 없던 인물로,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위해 새롭게 창조한 캐릭터예요.

 

리원은 자폐성 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입니다. 말수가 적고 사람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죠. 하지만 첼로 연주 실력은 천재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리원이 부모에게조차 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직 첼로 선생님 앞에서만 연주하죠.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리원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리원은 어른들의 대화를 듣고 담아뒀다가 불쑥 내뱉는 습관이 있어요. 그중 가장 섬뜩한 대사가 바로 "벌레가 끓어서 다 죽어간다"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대사가 단순한 아이의 중얼거림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치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언하는 것처럼요.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리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치 예언하는 샤먼 같기도 한 초월적인 면모를 보였으면 했다"고요. 실제로 리원은 가족의 비극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인물처럼 그려집니다.

 

그림 악보의 비밀

리원이 사용하는 알록달록한 그림 악보도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적인 악보 대신 색깔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악보를 보며 첼로를 연주하는데, 이는 실제 사례에서 영감을 받은 설정이에요. 박찬욱 감독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영화 후반부, 만수가 마지막 경쟁자 고시조를 죽이러 가기 전, 딸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순간 관객은 만수가 단순한 살인마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는 끝까지 의문으로 남죠.




결말이 던지는 섬뜩한 메시지

만수는 결국 목표를 달성합니다. 경쟁자들을 모두 제거하고 문 제지에 취업하는 데 성공하죠. 영화의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만수가 출근한 공장의 모습이 충격적입니다. 인간 노동자는 만수 한 명뿐이고, 모든 공정이 AI와 기계로 자동화되어 있어요. 영화 초반 인간들이 함께 일하던 태양제지와 완전히 대비되는 장면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습니다.

 

영화 초반, 만수는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도끼로 목을 날리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영화 끝에서 무인 공장의 로봇이 나무를 자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수미상관 구조로 완성된 이 장면은 박찬욱 감독의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전달합니다.

 

결국 만수가 죽인 것은 무의미했습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일자리'는 결국 기계에게 넘어갈 운명이었으니까요. 자동화로 인해 인간 노동자는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세상이 도래한 것입니다.




라스트 신, 아버지가 듣지 못한 첼로 연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리원의 첼로 연주입니다. 그동안 부모에게 한 번도 연주를 들려주지 않던 리원이 마침내 첼로를 연주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만수는 이 연주를 듣지 못합니다. 새 일터로 첫 출근을 한 날이니까요. 아내 미리와 아들 시원, 그리고 돌아온 반려견들만이 청중으로 앉아 리원의 연주를 듣습니다.

 

마랭 마레의 원곡을 음악감독 조영욱이 편곡한 이 첼로 곡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담고 있어요. 잔혹한 살인극 뒤에 찾아온 이 순간이 오히려 더 가슴을 후벼팝니다.

 

박찬욱 감독은 전작 《헤어질 결심》에서 해준(박해일)이 모래 속에 파묻힌 서래(탕웨이)를 끝내 발견하지 못하는 결말을 보여줬습니다.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가 딸의 연주를 듣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 했지만, 정작 그것을 놓쳐버린 비극이죠.




엔딩 크레딧에 숨겨진 의미

엔딩 크레딧도 박찬욱 감독의 디테일이 살아 있습니다. 마치 아날로그 타자기처럼 출연진들의 이름이 종이 위에 하나하나 타이핑됩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 '어쩔수가없다'가 나올 때는 다른 글씨들보다 훨씬 천천히 타이핑돼요. 주인공 가족의 주저함과 자기합리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손예진이 연기한 미리의 역할도 재조명됩니다. 처음에는 남편의 실직에 함께 고통받는 아내로 보이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녀도 만수의 계획에 점점 동조하게 됩니다. "어쩔 수가 없다"는 합리화가 가족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이죠.

 

유연석이 연기한 치과의사 오진호는 만수 부부의 관계에 미묘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만수의 불안과 질투, 그리고 그것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연결고리를 보여주는 캐릭터예요.




이 영화가 우리에게 묻는 질문

영화의 핵심 주제

《어쩔수가없다》는 결국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생존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가 지킨 것은 과연 무엇인가?

 

만수의 선택은 극단적이지만, 그 심리는 보편적입니다. 고용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절박함이 영화 전체에 스며 있어요.

 

박찬욱 감독의 진화

이 영화는 《올드보이》의 폭력성, 《아가씨》의 미학, 《헤어질 결심》의 감성이 모두 녹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보다 더 직접적으로 사회를 비판합니다. 복수극의 외피를 쓴 자본주의 풍자극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해외 평단이 "박찬욱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신랄하다"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쩔수가없다》는 웃기면서도 섬뜩한,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만수의 광기 어린 여정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공허함뿐이에요. 그가 그토록 원했던 일자리는 결국 의미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모든 것을 지켜보던 딸 리원의 첼로 연주가 울려 퍼질 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만수가 진짜 지켜야 했던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요.

 

여러분은 리원의 첼로 연주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만수의 선택에 대한 생각을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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